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40분. 저는 뭘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지로나행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도시는 계획 없이 와야 오히려 제대로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골목을 걷고,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생애 최고의 브라우니를 먹고, 성벽 위에서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로나는 그런 도시입니다.추초, 지로나에서만 제대로 된 맛을 만났습니다지로나에 도착해서 에펠 다리를 건너다 보니 출출해졌습니다. 마침 눈에 들어온 가게가 1898년부터 영업 중인 추초(Xuixo) 전문점이었습니다. 간판에 100년이 넘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관광지 분위기 맛집이겠거니 싶었습니다.추초(Xuixo)란 지로나 지역에서 유래한 카탈루냐 전통 튀김 ..
아말피 코스트 여행은 포지타노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포지타노에서 하루를 다 쓰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페리 위에서 바라본 절벽 해안이었다는 것.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이 여행지는 '어디를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훨씬 중요한 곳이었습니다.아말피 코스트 최적시기, 언제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일반적으로 유럽 여름 성수기인 6월~9월이 여행 최적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아말피 코스트만큼은 그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5월 초에 직접 다녀왔는데, 화창한 날 기준으로 해가 뜨거워도 습하지 않고 바람이 선선해서 걷기에 오히려 훨씬 쾌적했습니다.아말피 코스트는 이탈리아 서남부, 포지타노(Posita..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친퀘테레 당일치기 일정을 짜다 보면, 다섯 마을을 전부 다 볼 수 있을지 슬슬 불안해지는 시점이 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피렌체에서 새벽같이 나와 열차를 뛰어서 탔고, 마을에서는 계단을 오르며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았고, 결국 열차 지연으로 마지막 마을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든 생각은 "오늘 정말 제대로 즐겼다"였습니다. 욕심을 덜어낸 덕분이었습니다.피렌체에서 친퀘테레, 교통편이 여행의 반입니다피렌체에서 친퀘테레로 가는 당일치기 루트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역(SMN)에서 출발해 피사를 경유하거나 직행으로 라스페치아(La Spezia)역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친퀘테레 지역 열차로 갈아타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라스페치아란 친퀘테..
몽생미셸 투어를 알아보다 보면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계획을 짰다가 예상보다 훨씬 긴 하루에 당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도 에트르타, 옹플뢰르, 몽생미셸을 하루에 묶어 다녀오면서 몸으로 그걸 확인했습니다. 새벽에 집결해 다음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돌아왔을 때 드는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을 미리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건 준비 자체가 달라집니다.노르망디 당일치기, 세 곳을 한 번에 도는 투어의 실제파리 트로카데로 역에서 오전 7시에 집결해 밴으로 이동하는 방식의 그룹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7명이 한 팀이라 이동이 유연했고, 가이드 설명은 수신기를 통해 이어폰으로 듣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수신기 방식을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가이드가..
마테호른 사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굳이 체르마트까지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도 출발 전에 그런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런데 그린델발트에서 기차를 세 번 갈아타고 세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체르마트는,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습니다. 마을 골목을 걷는 순간부터 이미 압도되기 시작했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고르너 빙하(Gorner Glacier)를 눈앞에서 마주쳤을 때는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습니다.마테호른 뷰, 마을에서 이미 시작된다체르마트가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이유를 저는 마을에 발을 들인 순간 바로 이해했습니다. 알프스 전통 양식의 목조 건물이 줄지어 선 골목 사이로, 거리 어디서든 마테호른(Matterhorn)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마테호른이란 스..
코모 호수 숙소를 알아보다가 솔직히 멘붕이 왔습니다. 이름 있는 호텔은 하룻밤에 수백 유로를 훌쩍 넘기고, 저렴하다고 나온 곳은 차도 바로 옆이라 소음 걱정이 앞섰습니다. 결국 제가 직접 여러 곳을 비교하며 찾아낸 건 바렌나(Varenna)라는 선택이었고, 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렌터카 여행자라면 ZTL 구역 진입 제한부터 주차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글에서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숙소 선택, 호수 뷰보다 도로 위치를 먼저 봐야 합니다코모 호수를 처음 검색하면 보통 코모(Como) 시내나 벨라지오(Bellagio)가 먼저 뜹니다. 저도 처음엔 벨라지오 쪽 숙소를 알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건너편 마을 바렌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
잘츠부르크 하면 모차르트만 떠오른다면, 사실 이 도시의 절반도 못 본 겁니다. 제가 직접 하루 동선을 짜서 걸어봤더니, 아침 미라벨 궁전부터 밤 마리오네트 공연까지 도시 하나가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더군요. 구시가지(Altstadt)가 생각보다 훨씬 아담해서 걷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도시였습니다.잘츠부르크카드 없이 갔다가 낭패 본 이유솔직히 처음에는 "관광지 두어 곳만 보면 되는데 카드가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푸니쿨라(Funicular) 요금을 따로 내고, 호엔잘츠부르크 성 입장권을 별도로 끊고, 모차르트 생가 티켓까지 사다 보면 금액이 순식간에 불어나더군요. 여기서 푸니쿨라란 산악 경사면을 케이블로 끌어올리는 궤도차를 말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구시가지에서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오르..
루체른에서 쌀국수 한 그릇에 42.5프랑, 우리 돈으로 6만 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처음 계산서를 봤을 때 잠깐 멍했는데, 놀랍게도 맛이 너무 좋아서 뭐라 못 했어요. 스위스 물가가 높다는 건 알고 갔는데도, 막상 숫자를 마주하면 또 새롭습니다. 그 당혹감과 감동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루체른이었습니다.바젤에서 루체른으로, 이동 자체가 여행이었습니다루체른으로 향하는 당일, 저는 바젤역에서 2층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스위스 연방철도(SBB)가 운행하는 이 열차는 창문이 크고 좌석 간격이 넉넉해서, 이동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SBB란 스위스 국영 철도 운영사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스위스의 KTX 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탄 칸에는 저희 둘 외에 거의 아무도 없었고, 2층 좌석에 앉아 창밖으..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버스로 2시간 30분. 처음엔 저도 "그냥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안 되나?" 싶었습니다. 짐도 많고 이동도 빡세고. 그런데 막상 저녁이 되어 관광객이 빠져나간 골목을 걸어보니, 그때서야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본 기분이었습니다. 1박을 결심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성 정원: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체스키 크룸로프 성(Český Krumlov Castle)은 프라하 성에 이어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부지 면적이 약 5만 제곱미터에 달하고, 성 단지 안에만 40개 이상의 건물이 이어져 있습니다. 단순히 "예쁜 성"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규모에 먼저 압도당했습니다.성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블타바강(V..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옥스퍼드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1650년에 문을 연 그랜드 카페(The Grand Cafe)입니다. 처음 그 숫자를 들었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라,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 그 자체라는 감각이었습니다. 도시 곳곳에 수백 년 된 컬리지와 도서관이 이어진 옥스퍼드에서, 스콘 한 조각과 함께 며칠을 보내고 온 기록을 여기 남깁니다.그랜드 카페에서 스콘을 두 번 시킨 이유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오래됐다니까 한번 가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랜드 카페는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건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