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그냥 공항만 쓰는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여행 블로그를 뒤지면 "프랑크푸르트 볼 거 없어요"라는 말이 꼭 한 번씩 나오는데, 제가 그 말을 그대로 믿었던 거죠. 그런데 하루 시간을 내어 구시가지를 걸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항 환승 때문에 잠깐 머무는 여행자에게도, 처음부터 프랑크푸르트를 목적지로 삼은 여행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시였습니다.뢰머 광장 — 프랑크푸르트의 첫인상을 바꾼 곳"프랑크푸르트는 서울 같다"는 말,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시내 곳곳에 들어서 있어서 '유럽에 왔구나'라는 느낌이 처음엔 잘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뢰머 광장(Römerberg)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인식이 깨졌습니다.뢰머..
솔직히 그라나다는 기대가 없이 갔습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이미 압도당한 뒤라 '그냥 알함브라 궁전 하나 보고 가는 도시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트에서 맥주 가격표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였습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자리한 그라나다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먼저 와닿는 여행지입니다.알함브라 궁전, 사진보다 실물이 압도적인 이유알함브라 궁전(Alhambra Palace)에 들어서는 순간,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게 사람 손으로 만든 게 맞나"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여기서 알함브라란 아랍어로 '붉은 성'을 의미하며, 13~14세기 나스르 왕조(Nasrid dynasty)가 이베리아 반도를..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 보고 섬으로 떠나는 경유지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래시장부터 부촌 키피시아까지 직접 돌아다녀 보니, 아테네가 단순한 '고대 유적 도시'라는 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파르테논 신전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풍경이 시장 좌판과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습니다.재래시장: 슈퍼보다 싸다는 게 사실일까요?일반적으로 유럽 재래시장은 관광지 물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도시마다 꽤 다릅니다. 아테네의 토요 재래시장을 직접 가봤더니 오렌지가 kg당 1유로, 우리 돈으로 약 1,400원 수준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비슷한 품질의 과일을 사면 헝가리나 다른 유럽 국가와 별 차이 없는 가격이 나오는데, 시장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연차를 쓸 때마다 동남아 리조트 수영장 사진이 또 쌓이는 게 어느 순간부터 좀 지겨워졌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확 다른 곳을 골라봤는데, 그게 그리스 산토리니였습니다. '너무 멀지 않아?', '신혼여행지 아니야?' 하는 말을 주변에서 들으며 반신반의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연차 3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고, 사진으로 봤을 때와 실제 현장은 감동의 크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아테네 연계 동선,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산토리니 가는 길이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구조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한국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직항은 없고, 그리스 본토 아테네를 반드시 경유해야 합니다. 아테네도 국내 출발 직항이 없어서 이스탄불, 두바이, 도하 같은 중동·유럽 도시를 한 번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 여행 내내 물 한 잔에 5,000원, 지하철 한 번에 7,000원을 내다가 슬로베니아에 발을 들인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식당에서 물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져다줍니다. 정수기 물로. 유럽에서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게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3일을 살아보고 나서야 왜 갔다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인생 여행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류블랴나, 수도답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제가 직접 가봤는데, 류블랴나는 처음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기가 수도 맞나?" 싶은 분위기입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처럼 관광객이 넘쳐나는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정작 이 도시만 갑자기 로컬 느낌이 납니다. 웅장한 광장도 없고, 관광버스가 줄 서 있지도 않습니다. 대..
"밀라노는 볼 게 없다"는 말,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로마의 콜로세움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며칠을 머물며 골목을 걷고 현지인 식당 문을 열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밀라노는 빠르게 훑으면 아무것도 없는 도시처럼 보이지만, 천천히 스며들수록 다른 어떤 도시보다 촘촘하게 꽉 찬 곳이라는 것을.두오모, 골목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도시의 심장밀라노 두오모(Duomo di Milano)를 처음 마주친 순간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지도도 제대로 안 보고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거대한 고딕 첨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기서 고딕 양식(Gothic Architecture)이란 12세기 유럽에서 발전한 건축 방식으로, 하늘을 향해 뻗은 첨탑과 정..
암스테르담은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중앙역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른 유럽 도시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운하와 기울어진 건물들, 자전거 떼가 만들어내는 그 특유의 리듬감이 첫눈에 박혔습니다. 아홉 살 아이와 함께 떠난 이번 여행은 치즈 시장, 기트호른 보트, 운하 투어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돌아온 지금도 자꾸 그 골목이 떠오릅니다.알크마르 치즈 시장, 그냥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유럽 여행에서 재래시장 하나쯤은 꼭 들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처음엔 그 정도 기대감으로 알크마르행 기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마주한 건 단순한 '시장 구경'이 아니었습니다.알크마르 치즈 시장(Alkmaar Kaasmar..
베네치아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말, 저도 처음엔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산타루치아역에서 나오는 순간, 자동차 소리 한 번 없이 물소리와 사람 웃음소리만 들리는 그 풍경 앞에서 하루가 짧다는 걸 바로 깨달았습니다. 직접 걸어보고 먹어보고 탑승해본 베네치아 1일 코스, 기대와 달랐던 부분까지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동선 정리 — 리알토 다리부터 산마르코 광장까지베네치아 여행은 무조건 산타루치아역에서 시작됩니다. 오전 8시 30분쯤 역 밖으로 나오면 눈앞에 그랜드 카날(Grand Canal)이 펼쳐집니다. 그랜드 카날이란 베네치아 본섬을 S자 형태로 가로지르는 대운하로, 폭 30~90m에 길이 3.8km, 수심 약 5m에 달하는 베네치아의 대동맥입니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가 오가고 곤돌라가 ..
비엔나를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쇤브룬 궁전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걸린 벨베데레 궁전, 천 년의 역사를 품은 슈테판 대성당까지 — 비엔나는 걷기만 해도 유럽 제국의 중심에 와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였습니다. 실제로 다녀온 뒤 정리한 알짜 동선과, 가이드북엔 잘 안 나오는 현장 팁을 함께 적었습니다.쇤브룬 궁전 — 글로리에테까지 올라가야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비엔나 여행을 아침 8시에 시작한다면, 첫 목적지는 쇤브룬 궁전(Schönbrunn Palace)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출처: UNESCO Worl..
다리를 건너려고 올라섰는데, 어느 순간부터 건너는 걸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카렐교(Charles Bridge) 위에서 한 시간 가까이 멍하니 서 있었던 건 제가 처음이 아닐 겁니다. 블타바강 위로 불어오는 바람, 양옆에 늘어선 성인 조각상들, 멀리 붉은 지붕 위로 솟아오른 성 비투스 대성당의 첨탑. 프라하는 '봐야 할 곳'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어디서나 그냥 멈추게 만드는 도시였습니다.카렐교와 구시가 광장 — 길이 아니라 역사 위를 걷는 느낌카렐교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왜 다리가 이렇게 사람으로 꽉 차 있지?'였습니다. 알고 보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다리는 신성로마제국(Holy Roman Empire) — 현재의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포함한 중앙유럽 전체를 아우르던 거대한 정치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