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가(Riga)를 목적지로 선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폴란드 크라쿠프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경유지로 잡은 도시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나서는 "여기 집 구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발트해 연안의 라트비아 수도 리가, 기대 없이 갔다가 가장 오래 머물고 싶어진 도시 이야기입니다.아르누보 거리,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습니다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걷는 내내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소비에트 시절 지어진 콘크리트 블록 아파트들이었고, 탈린의 동화 같은 올드타운이 자꾸 머릿속에 밟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탈린에 하루 더 있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그런데 아르누보(Art Nouveau) 지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저는 부다페스트에서 40도 폭염을 버티다 전날 밤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목적지는 에스토니아 탈린. 35유로짜리 편도 티켓 하나로 시작된 여행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그해 가장 만족스러운 이동이었습니다.즉흥 이동의 논리 — 왜 탈린이었나유럽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날씨 차익 거래'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여기서 날씨 차익 거래란 한 도시가 지나치게 더울 때, 비슷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원한 도시를 찾아 이동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주식 시장의 차익 거래처럼 온도 차이를 기회 비용으로 환산하는 셈입니다.제가 머물던 부다페스트의 낮 기온은 40도를 넘었고, 밤 11시가 돼도 27~28도가 유지됐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에어비앤비에서 수면 질이 바닥을 쳤고, 그 상태로 관광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