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비를 맞으며 문 연 곳을 찾아 헤매는 경험, 배낭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슈체친 버스 정류장에서 밤을 새우고 5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그단스크(Gdańsk)가 딱 그랬습니다. 새벽 6시, 열린 곳은 맥도날드뿐이었지만 비 젖은 구시가지 골목은 생각보다 훨씬 예뻤고, 결국 이 도시에서 2박을 더 머물게 됐습니다.비 맞으며 걸어도 예뻤던 구시가지와 모트와바 강변그단스크는 폴란드 북부 발트해(Baltic Sea) 연안에 자리한 항구도시입니다. 발트해란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럽 대륙 사이에 위치한 내해로, 오랜 세월 북유럽과 중부유럽을 잇는 해상무역의 핵심 통로였습니다. 그단스크는 그 교역로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중세 상업도시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습니다.맥도..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를 타고 딱 2시간 반 만에 국경을 넘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시간도 안 걸렸는데 나라가 바뀌다니, 그 이질감이 묘하게 좋았습니다. 브라티슬라바는 처음엔 별거 없어 보이는 도시인데, 천천히 걷다 보면 이 도시만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가 하루가 훌쩍 지나 있는 그런 곳입니다.구시가지, 기대 없이 갔다가 발이 묶였습니다처음 스타레 메스토(Staré Mesto)에 발을 들였을 때, 솔직히 "이게 수도 맞아?" 싶었습니다. 스타레 메스토란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 구역을 뜻하는 슬로바키아어로, 쉽게 말해 도시의 역사 중심부입니다. 면적이 크지 않아 20~3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니 카페마다 앉고 싶..
앤트워프 중앙역(Antwerpen-Centraal)은 기차역이 아니라 건축물로 먼저 유명합니다. 제가 처음 플랫폼에 내렸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역사(驛舍) 내부가 이 정도 규모와 완성도를 갖춘 곳은 유럽을 꽤 돌아봤어도 여기가 처음이었습니다.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 걸어야 제맛앤트워프 중앙역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완공된 네오바로크(Neo-Baroque) 양식 건물입니다. 네오바로크란 17~18세기 바로크 건축의 웅장함과 장식성을 19세기 이후에 되살린 양식으로, 거대한 돔과 화려한 석조 파사드가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차역은 교통시설로 인식되는데, 제가 직접 서 보니 중앙역만큼은 내부 구경에 최소 20분은 써야 아깝지 않겠다 싶었습니다.역에서 나와 Meir 쇼핑거리를 따..
독일 여행지 하면 뮌헨, 베를린, 로텐부르크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유럽 도시들을 직접 걸어 다닌 저는, 진짜 독일 중세 도시의 결을 느끼고 싶을 때 뉘른베르크로 갑니다. 이번 봄 2박 3일 일정도 그랬습니다. 가족과 함께 자주 찾는 이 도시는 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습니다.구시가지, 걸으면서 발견하는 도시뉘른베르크 구시가지에 처음 발을 들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에 맞닿아 있는 중세 성벽(Stadtmauer)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슈타트마우어란 14세기부터 쌓아 올린 뉘른베르크를 둘러싼 방어 성벽으로, 총 둘레가 약 5킬로미터에 이르는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성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성벽 위를 걸어봤는데, 높이에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