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 파리에 갔을 때 하루에 명소 여섯 곳을 우겨넣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에펠탑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지하철로 달렸고, 루브르는 두 시간도 안 돼서 나왔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파리를 "다녀왔다"는 기록만 남았지, 실제로 느낀 건 거의 없었습니다. 파리는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도시가 아니라는 걸 두 번째 방문에서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숙소 위치가 여행 코스의 절반을 결정합니다일반적으로 파리 숙소는 저렴하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다릅니다. 파리는 아롱디스망(arrondissement), 즉 구(區) 단위로 치안과 관광 접근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여기서 아롱디스망이란 파리를 달팽이 모양으로 1구부터 20구까지 나눈 행정 구역 단위를 뜻..
유럽 여행지를 고를 때 포르투를 먼저 떠올리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리스본에 밀리고, 바르셀로나에 밀리고. 그런데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포르투는 '보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였습니다. 상 벤투역에서 도우루강 변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도시를 겉만 훑고 떠났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루이스 1세 다리 — 1886년이 지금보다 대담했던 이유포르투를 처음 찾는 분들 중에는 루이스 1세 다리를 '그냥 예쁜 철교'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리 위에 올라선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높이 85m, 상부 길이 395m. 수치로 읽을 때와 실제로 다리 위에서 발 아래를 내려다볼 때는 차원이 달랐습니다.이 다리는 1886년에 완공됐습니..
독일 여행을 계획할 때 베를린과 뮌헨만 떠올린다면, 사실 독일의 절반도 못 보고 돌아오는 셈입니다. 제가 처음 트리어(Trier)에 발을 들였을 때, 기원전 1세기에 로마인들이 세웠다는 도시가 지금도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사실이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거리 한복판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으니까요.중세 도시에서 로마 유적까지 — 독일 역사 여행의 깊이독일이 현대 산업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트리어 거리를 걸어보니, 그 선입견이 첫 골목에서 바로 무너졌습니다. 트리어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로마 제국이 이 지역을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Augusta Treverorum)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건설한 것이 기원전 16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