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근교 여행지로 세고비아와 톨레도 중 어디가 낫냐는 질문, 대부분은 "둘 다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두 곳을 모두 다녀온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세고비아는 단순히 관광지를 도장 찍는 여행이 아니라,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도시였습니다.교통편 선택, 버스 vs 기차 — 뭐가 진짜 편할까세고비아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마드리드 몽클로아(Moncloa)역에서 출발하는 아반사(Avanza) 버스를 타거나, 차마르틴(Chamartín)역에서 고속 열차인 알비아(Alvia) 또는 아반토(Avant)를 타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알비아란 스페인 렌페(Renfe)가 운영하는 중거리 고속 열차로, 일반 열차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
솔직히 말하면, 스페인 남부 여행을 계획할 때 저는 코르도바를 일정에서 빼려고 했습니다.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로 이동하는 길목에 잠깐 들르는 경유지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완전히 틀렸습니다. 코르도바는 하루로는 아까운 도시였습니다. 10세기 당시 인구가 최대 45만 명에 달했던 도시, 그 무게감이 골목 하나하나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메스키타 안에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공간을 쓰고 있다면?메스키타(Mezquita)라는 단어 자체가 스페인어로 '모스크', 즉 이슬람 사원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공식 명칭은 '메스키타-대성당(Mezquita-Catedral)'입니다. 처음 이 이름을 봤을 때 저는 그냥 관광용 이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어가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정직한 이름인지 ..
솔직히 저는 론다(Ronda)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에보 다리(Puente Nuevo) 사진 한 장만 보면 그냥 다리 하나 있는 작은 산악 마을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1박을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 질 무렵부터 야경까지, 당일치기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론다가 있었습니다.론다를 오해했던 이유 — 누에보 다리의 진짜 맥락론다는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방 말라가(Málaga) 주에 속한 산악 도시입니다. 해발 약 740m의 타호 협곡(El Tajo)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여기서 타호 협곡이란 론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깊이 약 100m의 수직 절벽 지형을 의미합니다. 그 협곡 위를 가로질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누에보 ..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는 도시인데, 막상 가보면 반나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촘촘합니다. 처음 톨레도에 갔을 때 저는 그냥 "예쁘다, 중세 느낌 난다" 하고 돌아왔었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야 이 도시가 단순히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로마 시대부터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한 도시 안에서 층층이 쌓아 올린 역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감동이었습니다.세 문화의 도시, 같은 건물이 모스크였다가 성당이 되다톨레도를 처음 찾는 분들 중에 "마드리드 근교 예쁜 중세 마을" 정도로 생각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12년 전 첫 방문이 딱 그 수준이었습니다. 소코도베르 광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더위에 지쳐 카페에 앉..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40분. 저는 뭘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지로나행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도시는 계획 없이 와야 오히려 제대로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골목을 걷고,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생애 최고의 브라우니를 먹고, 성벽 위에서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로나는 그런 도시입니다.추초, 지로나에서만 제대로 된 맛을 만났습니다지로나에 도착해서 에펠 다리를 건너다 보니 출출해졌습니다. 마침 눈에 들어온 가게가 1898년부터 영업 중인 추초(Xuixo) 전문점이었습니다. 간판에 100년이 넘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관광지 분위기 맛집이겠거니 싶었습니다.추초(Xuixo)란 지로나 지역에서 유래한 카탈루냐 전통 튀김 ..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발렌시아를 일정에 넣어야 할지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도 아닌 그 도시를 굳이 가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발을 딛는 순간, 이 도시가 왜 최근 들어 디지털 노마드와 장기 체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드리드의 혼잡함도, 바르셀로나의 관광지 피로감도 없는 곳이었습니다.발렌시아 구시가지, 걷다 보면 역사가 쌓인다발렌시아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제가 권하는 출발점은 북역(Estació del Nord)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기차역을 왜 관광지 첫 번째로 꼽는 걸까요?북역은 1917년에 완공된 건물로, 그 자체가 발렌시아의 랜드마크입니다. 아르누보..
솔직히 그라나다는 기대가 없이 갔습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이미 압도당한 뒤라 '그냥 알함브라 궁전 하나 보고 가는 도시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트에서 맥주 가격표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였습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자리한 그라나다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먼저 와닿는 여행지입니다.알함브라 궁전, 사진보다 실물이 압도적인 이유알함브라 궁전(Alhambra Palace)에 들어서는 순간,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게 사람 손으로 만든 게 맞나"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여기서 알함브라란 아랍어로 '붉은 성'을 의미하며, 13~14세기 나스르 왕조(Nasrid dynasty)가 이베리아 반도를..
솔직히 저는 알바라신이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인지 몰랐습니다. 발렌시아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이지만 대중교통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그 때문에 스페인을 여러 번 다녀오면서도 번번이 일정에서 빠졌던 곳입니다. 결국 렌터카를 빌리고 나서야 소원을 풀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왜 이제야 왔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독특한 분위기의 중세 마을이었습니다.알바라신, 사진으로 본 것과 직접 가본 것의 차이알바라신은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소도시로,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에서도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난 중세 성곽 마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서 성곽 마을이란 방어를 목적으로 높은 지형에 돌로 쌓은 성벽을 두르고 그 안에 주거지가 형성된 중세 도시 형태를 말하는데, 알바라신은 그 ..
마요르카는 연 간 1,300만 명 이상이 찾는 지중해 최대 휴양 섬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그냥 유럽의 해변 리조트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일정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쇼팽이 요양하며 명곡을 쓴 중세 마을, 전 세계 사이클리스트가 성지처럼 여기는 산악 드라이브 코스, 에메랄드빛 저수지까지 한 섬에 이렇게 많은 결이 다른 풍경이 공존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웠습니다.발데모사와 카르투하 수도원 — 쇼팽의 흔적을 따라 걷다트라문타나 산맥(Serra de Tramuntana) 자락에 올라앉은 발데모사(Valldemossa)는 해발 약 400m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여기서 트라문타나 산맥이란 마요르카 북서쪽을 길게 가로지르는 산지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경관..
스페인 여행을 앞두 고 일정을 짜다 보면 어느 순간 마드리드를 며칠이나 잡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제가 딱 그랬습니다. 바르셀로나 일정이 워낙 빽빽해서 마드리드는 하루, 그것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기차로 복귀하는 당일치기로 잡았는데, 막상 직접 발로 뛰어보니 마드리드는 하루 만에 우겨 넣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였습니다. 이 글은 그날 22,000보를 걸으며 몸으로 익힌 동선과 예약 노하우를 정리한 기록입니다.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 밀리는 이유, 그리고 그 오해솔직히 말하면, 스페인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 마드리드는 제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였습니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이 있는 바르셀로나가 워낙 압도적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마드리드 아토차역에 내려서 도시를 걷기 시작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