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에보라를 그냥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이름도 생소한 경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지도 앱에 찍어보니 구시가지 크기가 말도 안 되게 작아서 "30분이면 다 보겠다"고 흘려봤거든요.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으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로마 시대 신전이 골목 모퉁이에 툭 나타나고, 16세기 석조 수로가 민가 지붕 위로 뻗어 있는 도시는, 제가 기대치를 낮춰서 더 강하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무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유적지만 2,000년 — 에보라 구시가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에보라 구시가지는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됐습니다. 여기서 세계문화유산이란 유네스코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
알베로벨로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원뿔형 돌지붕 건물 트룰리(Trulli)가 1,500채 이상 밀집해 있습니다. 처음 골목에 발을 들였을 때, 저는 솔직히 사진으로 보던 것과 실제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풍경이 그냥 눈앞에 펼쳐져 있었거든요.트룰리,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절대 모릅니다트룰리(Trulli)란 모르타르, 즉 시멘트나 회반죽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석회암을 손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전통 건축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돌을 그냥 얹어서 만든 지붕인데,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멀쩡히 서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까이서 올려다봤을 때, 저 무거운 돌덩어리들이 접착제 없이 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폼페이가 그냥 돌 구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산재에 묻힌 비극적인 유적지, 교과서에서 봤던 그 장면이 전부일 거라 여겼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걸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2,000년 전 도시가 도로, 상점, 대저택, 홍등가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걷는 내내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돌바닥을 밟는 순간, 황폐함이 아닌 활기가 느껴졌습니다포르타 마리나(Porta Marina), 즉 바다 쪽 성문을 통해 폼페이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밑이 달라집니다. 아스팔트도 콘크리트도 아닌, 크고 단단한 현무암 박석(Basalt Paving Stone)이 쭉 깔려 있거든요. 여기서 박석이란 당시 로마인들이 짐수레와 보행자 모두를 위해 규격에 맞게 다듬어 깐 도로용 돌을 말합니다. 발..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12일간의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이 도시가 왜 수도인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취리히보다 현대적이지도, 그린델발트처럼 압도적이지도 않지만, 베른은 그 두 가지가 가장 균형 있게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연방궁전에서 시작하는 베른의 첫인상베른 중앙역을 나오면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스위스 연방궁전(Bundeshaus)을 첫 목적지로 삼았는데,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라 가장 접근하기 편했습니다.스위스 연방궁전은 1902년에 완공된 건물로, 세계 최초의 근대 민주주의 의회가 운영되는 현장입니다. 여기서 근대 민주주의(Modern Democracy)란 국민이 직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