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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르 성벽은 구시가지에서 산 조반니 요새까지 약 1,400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예쁜 유럽 소도시겠거니 했는데, 직접 가보니 산의 압도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바다 바로 뒤에서 거대한 회색 산맥이 수직으로 솟아 있는 지형, 그게 코토르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몬테네그로라는 이름이 왜 '검은 산'인지, 코토르에서 실감했습니다
몬테네그로(Montenegro)는 이탈리아어로 '검은 산'을 뜻합니다. 여기서 몬테네그로란 중세 베네치아 공화국이 이 지역의 험준한 산세를 보고 붙인 이름으로, 현지어로는 '츠르나 고라(Crna Gora)'라고 부릅니다. 이름 자체가 지형 설명인 셈인데, 코토르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이름이 왜 만들어졌는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코토르 만(Bay of Kotor)은 유럽 최남단의 피오르드(fjord)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피오르드란 빙하가 깎아 만든 좁고 긴 만을 뜻하는데, 코토르의 경우 사방이 산으로 막힌 듯한 독특한 지형 덕분에 바다인데도 잔잔하고 폐쇄적인 느낌이 납니다. 제가 처음 이 지형을 눈으로 봤을 때 "이게 바다가 맞나?"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코토르 구시가지(Old Town)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지역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가 공동으로 보전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장소를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것으로, 코토르는 1979년에 이 목록에 올랐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좁은 돌길, 작은 광장, 베네치아풍 석조 건물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목적지 없이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제가 처음 올드타운 입구에 들어섰을 때 든 생각은 "이탈리아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네치아의 골목을 걷는 느낌, 로마의 광장 냄새, 거기에 발칸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돌길이 섞인 묘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정말 많았습니다. '고양이의 도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골목 세 개를 지나기도 전에 느꼈습니다.
- 코토르 만(Bay of Kotor): 유럽 최남단 피오르드로 분류되는 독특한 내해 지형
- 코토르 구시가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베네치아 공화국 영향권의 석조 건축물 밀집
- 고양이의 도시: 올드타운 전역에 길고양이가 많아 별도의 고양이 박물관도 운영
- 몬테네그로 이름의 유래: '검은 산'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코토르 뒤편 산세를 직접 보면 납득
성벽 트레킹, 15유로짜리 공식 루트 말고 무료 길로 올라간 후기
코토르 성벽(City Walls of Kotor)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닙니다. 구시가지 해안에서 시작해 산비탈을 따라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산 조반니 요새(Fortress of St. John)까지 이어지는 약 4.5km의 방어 시설로, 중세 시대 베네치아 공화국이 오스만 제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구축한 군사 구조물입니다. 몬테네그로 관광청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성수기인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오전 7시~오후 8시 운영이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8유로입니다(출처: Montenegro Travel).
제가 직접 올라가 본 건 공식 루트가 아닌 구시가지 북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옛 산길, 일명 '코토르의 사다리(Ladder of Kotor)'로 불리는 무료 트레킹 루트였습니다. 이 길은 중세 시대 보부상과 주민들이 산 너머 마을로 이동할 때 실제로 사용하던 옛 통행로인데, 지금도 걸을 수 있습니다. 올라가면서 군데군데 성벽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비공식 통로가 있어 여행자들 사이에서 '개구멍'이라고 불립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무료 길이라고 해서 가볍게 봤는데, 경사가 꽤 가파르고 군데군데 발을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입니다. 개구멍을 통과하는 순간엔 "떨어지면 죽음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아찔했습니다.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아닌 샌들 차림이라면 진지하게 공식 루트를 이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그 개구멍을 통과하고 나서 내려다본 코토르 만의 전망은 값어치가 충분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땀을 흘리고 올라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트레킹은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저는 오후 6시쯤 올라가기 시작해서 해 질 무렵 정상 부근에 도착했는데, 빛이 코토르 만 위에 내려앉는 풍경이 꽤 멋졌습니다. 반대로 오후 1~4시 사이에는 기온이 34~36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올드타운을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빠르게 바닥납니다. 여름 성수기에 코토르를 방문한다면 오전 이른 시간이나 해 질 무렵에 트레킹 일정을 잡고, 물은 반드시 충분히 챙겨야 합니다.
페라스트를 빠뜨리면 코토르 만을 절반만 본 겁니다
페라스트(Perast)는 코토르에서 버스로 30분 남짓 떨어진 작은 마을입니다. 코토르가 '웅장함'이라면 페라스트는 '우아함'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해안을 따라 17~18세기 베네치아 귀족 저택과 석조 교회가 줄지어 있고, 마을 전체가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입니다.
페라스트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만 한가운데 떠 있는 성모 바위 섬(Our Lady of the Rocks)입니다. 성모 바위 섬이란 15세기 어부들이 암초 위에 돌을 쌓아 인공으로 만든 섬으로, 그 위에 해양 봉납물(votive offering)을 모아 세운 성당이 있습니다. 봉납물이란 과거 선원들이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며 성당에 바친 그림과 물건들로, 지금도 2,000점 이상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몬테네그로 관광청도 코토르 만 내 주요 해양 문화유산으로 이 섬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페라스트에 간 날은 코토르 기준 36도를 찍은 최악의 더위였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코토르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골목이 훨씬 한산하고, 관광객 밀도가 낮아서 그냥 혼자 걷기에 좋은 마을이었습니다. 그날은 오전에 페라스트를 보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에어컨 아래 쉬었는데,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교통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코토르에서 주변 도시로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하면 관광객 요금으로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시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탑승 전에 픽스드 프라이스(fixed price), 즉 미리 합의한 고정 요금을 명확히 확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버스는 훨씬 저렴하지만, 온라인 예매 후에도 현장에서 티켓 출력을 요구하거나 배차가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있습니다. 코토르 터미널은 구글 리뷰에서도 이와 관련한 불만이 꽤 누적돼 있어서, 출발 30분 전에는 미리 도착해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토르 성벽 무료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나요?
A. 구시가지 북쪽 방향의 'Ladder of Kotor' 산길을 이용하면 입장료 없이 성벽 근처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경사가 급하고 성벽으로 넘어가는 비공식 통로(이른바 개구멍)는 아찔한 구간이 있어 반드시 트레킹화를 신어야 합니다. 공식 성벽 입장료는 성수기 기준 성인 8유로이며, 전망과 안전을 모두 원한다면 공식 루트가 낫습니다.
Q. 코토르 여름 방문, 몇 박이 적당한가요?
A. 최소 2박은 있어야 코토르의 진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전의 한산한 골목, 해 질 무렵의 성벽 전망, 페라스트 당일치기까지 묶으면 3박이 더 여유롭습니다. 성수기 물가가 높기 때문에 숙소는 미리 예약하는 편이 좋고, 음식 양이 상당히 많으니 메뉴 하나를 둘이서 나눠 먹는 방식도 충분히 통합니다.
Q. 코토르에서 페라스트 가는 방법은요?
A. 코토르 버스 터미널에서 페라스트 방면 로컬 버스를 타면 됩니다. 요금이 저렴하고 이동 시간도 30분 내외입니다. 다만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어서 현장에서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탑승 전에 고정 요금을 합의해야 나중에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Q. 코토르 올드타운 음식값은 비싼 편인가요?
A. 올드타운 안쪽은 외곽 현지 식당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서유럽 기준으로는 여전히 저렴한 편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본 바로는 피자 한 판에 13유로 안팎, 고기류는 17유로 전후였고 양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발칸 지역 음식은 1인분이 한국 기준으로 2~3인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각자 하나씩 주문하기보다 메뉴 구성을 보고 나누는 편을 권합니다.
결론
코토르는 하루 만에 보고 이동하기엔 아깝습니다. 올드타운 골목을 걷고, 성벽 어딘가에서 코토르 만을 내려다보고, 페라스트에서 다른 결의 풍경을 경험하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제 경험상 2박 3일이 최소 단위이고, 여름이라면 폭염을 피해 오전과 저녁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것이 체력 관리에 결정적입니다.
버스 취소나 택시 흥정 같은 변수들은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되돌아보면 그 자체가 자유여행의 맛이기도 합니다. 코토르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냥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