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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는 '볼 게 별로 없는 환승 도시'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절반쯤 믿고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루를 보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전망대, 동네 마트, 그리고 트램 안 풍경까지, 취리히는 명소보다 '순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습니다.
샤갈 스테인드글라스, 실제로 보면 사진과 전혀 다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구글 맵에 휴관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반쯤 포기하고 프라우뮌스터 성당(Fraumünster) 앞을 지나쳤는데, 막상 문을 밀어보니 열려 있었습니다. 입장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제대로 감동을 받은 경우입니다.
프라우뮌스터 성당은 9세기에 세워진 취리히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20세기 거장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이 1970년대에 완성한 스테인드글라스 5점이 내부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란 유리 조각에 금속 산화물로 색을 입혀 납으로 이어 붙인 유리 예술 기법을 말합니다. 샤갈은 성서 속 장면을 특유의 몽환적 색채로 표현했는데, 파랑·빨강·초록이 층층이 쌓이는 방식은 평면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봤을 때, 내부에서 바라본 창은 빛을 머금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밖에서 찍은 사진은 빛이 차단되어 색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작품인데 보는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오브젝트가 됩니다. 성당 내부는 'QUIET'라는 문구가 붙어 있을 만큼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됩니다. 관람 자체가 다른 차원의 집중을 요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참고로 프라우뮌스터 성당은 요일과 시즌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집니다. 공식 운영 정보는 출처: 프라우뮌스터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구글 맵 정보만 믿으면 저처럼 포기했다가 우연히 들어가는 상황이 생깁니다.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가격이 진짜 이게 맞나요
프라이탁(Freitag)이 스위스 브랜드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격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갔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태그를 보고 잠깐 멍했습니다. 작은 지갑 하나가 40만 원 선, 가방도 30만 원 이상이 기본이었습니다.
프라이탁은 1993년 마르쿠스(Markus)와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가 취리히에서 창업한 브랜드로, 폐기된 트럭 방수포(tarpaulin),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튜브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업사이클링이란 단순 재활용을 넘어 폐자원에 디자인과 기능을 더해 오히려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 개념 때문에 환경 의식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은 '가치 있는 가격'을 치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물을 보면 외관이 꽤 투박합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엔 저가 항공사 기내 어메니티 가방과 구분이 잘 안 됐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에 공감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소비겠지만, 제 경우엔 그 돈이면 항공권을 한 구간 더 끊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매장 자체는 정말 볼 만합니다. 프라이탁 취리히 플래그십 스토어는 실제 화물 컨테이너(container)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로, 컨테이너란 국제 표준 규격으로 제작된 금속 화물 박스를 말하는데 이걸 건물처럼 층층이 올린 것입니다. 옥상에 전망대가 있어 취리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입장은 무료입니다. 쇼핑보다 전망 목적으로도 충분히 방문 가치가 있습니다.
- 프라이탁 취리히 플래그십 스토어: 화물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독특한 구조물
- 옥상 전망대 무료 개방, 취리히 시내 조망 가능
- 가방·지갑 가격대 30~40만 원 이상, 업사이클링 트럭 방수포 소재
- 포토 부스 등 체험 요소도 있어 매장 자체를 즐기는 방문도 가능
취리히 마트와 트램, 관광지보다 오래 기억됩니다
제가 해외 여행을 할 때 현지 마트를 반드시 들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명 명소보다 마트 진열대가 그 도시의 생활 수준과 식문화를 훨씬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취리히에서 들른 쿱(Coop)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위스 최대 유통 체인 중 하나인 쿱은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취급하며, 현지인들의 일상 소비 패턴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직접 살펴봤는데, 스위스산 꿀 한 병이 약 3만 원대, 에멘탈 치즈(Emmental cheese) 한 덩이가 17프랑 이상이었습니다. 에멘탈 치즈란 스위스 에멘탈 지역에서 유래한 대형 원형 치즈로,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빠져나가며 특유의 구멍(eye)이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격만 보면 비싸지만 품질 자체는 확실히 다릅니다. 초콜릿 뻥튀기 간식도 유럽에 올 때마다 챙기는 아이템인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취리히의 대중교통 시스템도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트램(tram)이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장면은 처음 보면 꽤 낯섭니다. 트램이란 도로 위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노면 전차로, 취리히는 1882년부터 운영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 트램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출처: 취리히 교통공사 VBZ). 24시간 교통권 하나면 트램, 버스, 기차를 모두 탈 수 있어 숙소가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녁 8시가 되면 상점이 거의 다 문을 닫는 것도 취리히의 특징입니다.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스위스도 영업 시간 규제가 엄격한 편이라, 저녁 일정이 있다면 마트 방문은 오후 일찍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쉐라톤 취리히, 포인트로 묵으면 가성비가 달라집니다
취리히 숙소 예약은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취리히 1박은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해결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공항 인근 호텔들은 가격이 40만 원을 훌쩍 넘기고, 도심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결국 메리어트 포인트(Marriott Bonvoy points)를 활용해 쉐라톤 취리히(Sheraton Zurich)를 예약했습니다.
메리어트 보노이 포인트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계열 호텔 이용 시 적립되는 마일리지 성격의 포인트 제도로, 무료 숙박권과 일부 포인트를 합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신한 메리어트 카드 무료 숙박권에 2,000 포인트를 추가해 총 37,000 포인트로 예약했고, 메리어트 티타늄(Titanium) 등급 덕분에 주니어 스위트(Junior Suite)로 업그레이드를 받았습니다. 티타늄 등급이란 메리어트 보노이 프로그램에서 연간 75박 이상 투숙 시 부여되는 상위 멤버십 단계로, 객실 업그레이드 및 라운지 접근 혜택이 포함됩니다.
코너룸이라 창 두 방향으로 전망이 열려 있었고,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구조였습니다. 어메니티는 길크리스트 앤 소아메즈(Gilchrist & Soames) 제품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위치는 중앙역(Zürich Hauptbahnhof)에서 트램으로 약 10~12분 거리로 도심과 약간 떨어져 있지만, 24시간 교통권이 있으면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브닝 칵테일 해피아워도 라운지에서 제공됐는데, 카레와 치킨 머쉬룸, 치즈 토마토 등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취리히 물가를 감안하면 라운지 식사만으로도 외식 한 끼를 아끼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식도 포함이라 실질적인 총 비용은 상당히 낮아진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라우뮌스터 성당 샤갈 스테인드글라스 입장료가 있나요?
A. 일반적으로 유료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방문했을 때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요일이나 시즌, 행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프라우뮌스터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구글 맵 정보는 실제 운영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Q. 프라이탁 취리히 플래그십 스토어 전망대는 유료인가요?
A. 제가 직접 올라갔을 때 별도 입장료는 없었습니다. 화물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구조물 옥상이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어, 쇼핑을 하지 않아도 전망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단이 꽤 가파르기 때문에 편한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Q. 취리히 대중교통 24시간 교통권은 어디서 구매하나요?
A. 취리히 중앙역(Zürich Hauptbahnhof) 내 자동발매기나 창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공항 도착 후 기차역 구간을 포함하려면 공항존이 포함된 권종을 선택해야 합니다. 트램, 버스, 시내 기차를 모두 커버하기 때문에 하루 이상 취리히에 머문다면 1일권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Q. 취리히 쉐라톤은 메리어트 포인트로 예약하는 게 유리한가요?
A. 취리히 물가가 유럽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유상 예약 시 4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리어트 보노이 포인트와 무료 숙박권을 조합하면 실질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포인트 가치는 예약 시점의 객실 요금에 따라 달라지므로, 유상 요금이 높을수록 포인트 효율이 좋아집니다.
결론
취리히는 '볼 게 없는 도시'라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제 경험상 취리히는 명소의 숫자가 아니라 밀도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하나, 컨테이너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하나, 마트에서 집어 든 에멘탈 치즈 한 덩이, 도로 위를 달리는 트램, 이 순간들이 쌓여서 하루가 꽉 찼습니다.
숙박 비용 부담이 크다면 메리어트 보노이 같은 호텔 포인트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하루 일정이라면 프라우뮌스터 성당으로 시작해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전망대, 린덴호프 언덕 야경, 쿱 마트로 마무리하는 동선이 제가 경험해본 것 중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