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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여행을 계획하면서 근교 도시까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브라가를 그냥 '포르투 옆 동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침 일찍 기차에 올라 도착한 그 도시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583개짜리 계단 위에 천국처럼 생긴 정원이 펼쳐질 줄은 몰랐거든요.
봉 제수스와 수력 푸니쿨라 —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
브라가(Braga)가 '포르투갈의 로마'라고 불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로마 제국 시절 브라카라 아우구스타(Bracara Augusta)라는 이름으로 번성했던 도시인 만큼,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중세 유럽 어딘가에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제가 아침 7시 45분 기차를 타고 상벤투역을 출발했을 때, 가이아 지구는 아직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 한산한 아침 풍경이 오히려 여행의 첫 페이지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브라가에서 반드시 봐야 한다고 알려진 곳은 봉 제수스 두 몬테 성소(Bom Jesus do Monte)입니다. 봉 제수스란 포르투갈어로 '선하신 예수'를 뜻하며, 산 위에 세워진 순례 성지입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출처: UNESCO World Heritage List)으로 등재된 이곳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이 교차하는 장대한 계단으로 유명합니다. 바로크 양식(Baroque Style)이란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건축·예술 사조로, 웅장한 곡선과 정교한 장식이 특징입니다.
계단은 약 580개에 달합니다. 제가 버스를 기다리다 챗GPT로 정보를 찾았을 때 처음 그 숫자를 확인했는데, 솔직히 저도 순간 멍했습니다. '이걸 다 걸어 올라가야 한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엔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로 수력 푸니쿨라(Hydraulic Funicular)입니다. 수력 푸니쿨라란 전기 모터 대신 물의 무게를 이용해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케이블 탑승 시설입니다. 위쪽 차량의 물탱크에 물을 채워 무게 차이를 만들면 한 차량이 내려가면서 반대편 차량을 끌어올리는 원리입니다. 1882년부터 지금까지 이 방식 그대로 운행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제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옆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걸 직접 봤을 때, 그냥 '신기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19세기 기술이 지금도 멀쩡히 사람을 실어나르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제 인생에서 손꼽히는 소비였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성당과 정원, 숲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건 웅장한 성당 하나였는데, 성당 뒤편을 돌아가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작은 연못, 야외 카페까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왕실의 여름 별장 같은 분위기라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내려올 때는 계단을 택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면, 겹겹이 쌓인 계단과 성당이 한 프레임에 들어옵니다. 그 장면은 사진으로도 잘 담겼고, 걸어 올라온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이건 진짜 찐 광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 봉 제수스 두 몬테는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로크 양식의 순례 성지입니다.
- 수력 푸니쿨라는 1882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물의 무게로 운행하는 세계 희귀 교통수단입니다.
- 성당 뒤편 정원과 숲길은 대부분의 여행 사진에 잘 노출되지 않는 숨은 매력 포인트입니다.
- 여름 방문 시 푸니쿨라로 오르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선이 체력과 경관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 탄생지 기마랑이스 — 더위 속에서도 걷게 만드는 도시
'포르투갈은 여기서 시작됐다'는 문구를 광장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때, 그냥 관광 문구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기마랑이스(Guimarães)는 포르투갈 왕국의 초대 국왕 아폰수 1세와 깊이 연결된 도시로, 1128년 인근에서 벌어진 상마메드 전투(Battle of São Mamede)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형성의 분기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도시를 '포르투갈의 탄생지(Berço de Portugal)'라 부릅니다.
기마랑이스 구시가지는 중세 도시 구조와 건축물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이유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출처: UNESCO World Heritage List)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 Site)이란 유네스코가 인류 전체에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 나라만의 보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의미입니다. 기마랑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6년 유럽 녹색수도(European Green Capital)로도 선정되어, 역사 도시로서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기마랑이스는 브라가보다 훨씬 더 '걷는 도시'입니다. 기마랑이스 성(Castelo de Guimarães)에서 시작해 브라간사 공작 궁전(Paço dos Duques de Bragança)을 거쳐 올리베이라 광장(Largo da Oliveira)으로 이어지는 도보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브라간사 공작 궁전은 15세기에 지어진 궁전으로, 중세 귀족 생활 공간과 태피스트리, 역사 유물이 내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브라가에서 봉 제수스를 다 돌고 기마랑이스까지 이동했더니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여름 내륙 도시는 포르투와는 다릅니다. 포르투는 해안가라 바람이 불어 그나마 견딜 만한데, 기마랑이스는 내륙이라 그 열기가 체감상 확연히 달랐습니다. 오후에 거리를 걸으니 코빼기도 없는 사람들, 다들 시에스타 중이더군요. 저만 한증막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에어컨 빵빵한 가게에 홀린 듯 들어가 잠깐 쉬다가 다시 나오면, 좁은 돌길과 오래된 목조 발코니가 반겨줍니다. 그 골목 분위기는 브라가의 성당 중심 거리와는 또 달리 더 투박하고 날 것의 느낌입니다.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저는 둘 다 하루씩 따로 방문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두 도시를 욱여넣으면 둘 다 아쉽게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르투에서 브라가까지 기차로 얼마나 걸리나요?
A. 상벤투역에서 브라가까지 일반 도시철도로 약 1시간~1시간 15분 정도 걸립니다. 요금은 편도 3유로 내외로 부담 없는 편입니다. 다만 열차 시간과 요금은 날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포르투갈 철도회사 CP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Q. 봉 제수스 수력 푸니쿨라는 예약이 필요한가요?
A. 별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탑승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운행 간격이 있으므로 현장에서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30분에 한 대 간격의 시내버스와 시간이 맞아 큰 어려움 없이 이동했는데, 이 부분도 현지에서 한 번 더 체크하시길 권합니다.
Q. 브라가와 기마랑이스를 하루에 다 돌 수 있나요?
A. 이른 아침에 출발한다면 하루에 두 도시를 모두 방문하는 일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봉 제수스 계단을 내려오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제 경험상 두 도시를 각각 하루씩 배정하는 편이 만족도 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Q. 브라가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무엇인가요?
A. 포르투갈 북부 향토 음식인 바칼랴우 아 브라가(Bacalhau à Braga)를 추천합니다.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물에 불려 조리하는 방식으로, 지역마다 조리법이 달라 포르투갈 각지에서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구와 오렌지를 함께 사용한 샐러드도 예상 밖으로 잘 어울려서 저는 꽤 인상 깊게 먹었습니다.
결론
브라가와 기마랑이스는 포르투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도시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가보니, 오히려 그 '덜 유명함'이 이 두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아침 골목, 19세기 기술이 살아있는 수력 푸니쿨라, 성당 뒤에 숨어있는 숲속 정원. 이런 것들은 유명 관광지 사진 속에는 없습니다.
포르투 일정이 이틀 이상이라면, 하루는 반드시 브라가나 기마랑이스 쪽으로 시간을 내보시길 권합니다. 단, 여름이라면 오전 일찍 움직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오후의 내륙 열기는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제가 납작복숭아 세 개를 1유로에 사서 숙소에 돌아와 먹었을 때의 그 달콤함처럼,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작은 순간들이 여행을 기억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