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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낭 여행 (색소폰 발명지, 408개 계단, 뫼즈강)

manymymoney 2026. 10. 19. 22:05

목차


    색소폰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재즈나 팝을 떠올리며 미국이라고 생각했다면, 저처럼 완전히 틀린 겁니다. 색소폰의 고향은 벨기에 남부의 작은 강변 도시, 디낭(Dinant)입니다. 100m 석회암 절벽 위에 중세 요새가 얹혀 있고, 그 아래로 뫼즈강이 조용히 흐르는 이 도시를 제가 직접 다녀온 뒤, 왜 벨기에 여행에서 브뤼셀보다 디낭이 더 기억에 남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색소폰 발명지라는 사실, 알고 가면 풍경이 달라진다

    디낭에 도착해서 처음 건너는 다리가 샤를 드골 다리(Pont Charles de Gaulle)입니다. 이 다리 위에 올라서는 순간, 알록달록한 대형 색소폰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엔 그냥 인테리어 장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조형물이 거기 있는 이유를 알고 나서 도시 전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814년 디낭에서 태어난 아돌프 삭스(Adolphe Sax)는 1840년대에 색소폰을 개발하고 1846년 프랑스에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여기서 특허(patent)란 발명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공식으로 인정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삭스가 이 권리를 프랑스에서 먼저 취득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색소폰을 프랑스 악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발명가가 태어나고 자란 땅은 분명히 디낭입니다.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아돌프 삭스 기념 공간인 메종 드 무슈 삭스(Maison de Monsieur Sax)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도로 바닥에 새겨진 황금 발자국을 따라가다 벤치에 앉아 있는 아돌프 삭스 동상을 발견했을 때, 제가 직접 써봤는데 하는 것처럼 그 옆에 앉아 사진을 찍게 됩니다. 이런 소소한 장치들이 도시 전체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목을 걷는 중에 노트르담 참사회 성당(Collégiale Notre-Dame) 앞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쳤습니다. 성당 문을 열고 나오는 신랑 신부를 위해 알록달록한 의상의 브라스 밴드가 축하 연주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브라스 밴드(Brass Band)란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 금관악기 중심으로 구성된 야외 앙상블을 뜻합니다. 음악가의 고향 도시에서 이런 장면을 마주친다는 건 계획할 수 없는 행운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디낭이 악기 역사와 살아있는 음악 문화를 함께 품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 샤를 드골 다리: 각국을 상징하는 대형 색소폰 조형물 설치, 디낭 대표 포토존
    • 메종 드 무슈 삭스: 아돌프 삭스의 생가와 기념 전시 공간, 구시가지 내 위치
    • 노트르담 참사회 성당: 양파 모양 종탑이 특징인 성당, 강변 풍경의 핵심 요소
    • 황금 발자국 트레일: 도로 바닥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아돌프 삭스 동상 도달

    강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뫼즈강(Meuse)이 창문 밖으로 가득 펼쳐졌습니다. 뫼즈강이란 프랑스 북동부에서 발원해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 북해까지 이어지는 약 925km 길이의 국제 하천입니다. 디낭은 이 강이 특히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는 구간에 자리해 있어, 강과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밀도가 남다릅니다. 현지 명물인 플라미슈(Flamiche)도 이 지역 여행에서 빠뜨리기 아쉬운 음식입니다. 플라미슈는 왈로니아 지역의 치즈를 넣어 만든 전통 파이로, 담백한 맛이 강변 식당의 분위기와 꽤 잘 어울렸습니다.

    요약: 디낭은 색소폰 발명가 아돌프 삭스의 고향으로, 도시 곳곳의 조형물과 공간이 그 역사를 살아있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뫼즈강 주변 408개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디낭 시타델 요새(Citadelle de Dinant)는 뫼즈강 수면에서 약 100m 위 절벽 꼭대기에 자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카로 편하게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계단 쪽이 훨씬 값집니다. 1577년에 처음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408개의 돌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가 꽤 가파릅니다. 다리 힘이 제법 있어야 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중간중간 계단 수를 세면서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300개쯤 올라갔을 때 보이는 디낭의 지붕선과 강물, 그리고 성당 종탑의 조합은 사진보다 눈으로 직접 담는 게 훨씬 강렬했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봤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그 느낌 없이는 정상의 풍경이 반만 감동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요새 내부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두꺼운 돌벽으로 구성된 복도, 쇠창살 너머의 철제 금고, 병사들의 침상까지 과거 군사 요새의 일상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현재 보이는 요새의 주요 구조는 19세기 초 네덜란드 통치 시기에 재건된 것입니다(출처: 디낭 시타델 공식 사이트). 벽면의 총안(Loophole)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총안이란 방어 진지에서 병사가 몸을 숨긴 채 적을 향해 총을 쏘기 위해 뚫어놓은 좁고 긴 구멍을 말합니다. 그 작은 구멍들이 나란히 늘어선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철저한 방어 논리로 설계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디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4년 독일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674명이 목숨을 잃은 도시입니다(출처: Visit Wallonia 공식 관광 사이트). 요새 정상에서 다시 강을 내려다볼 때 이 숫자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이렇게 평화로운 강변 마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단순한 풍경 감상과는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름다운 곳일수록 그 뒤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른 무게가 생깁니다.

    요새 관람이 끝난 뒤에는 뫼즈강 유람선에 탑승했습니다. 유람선에서는 절벽의 높이와 도시의 수평선이 전혀 다른 비율로 보입니다. 올라가면서 위에서 내려다보고, 배 위에서 올려다보는 두 시점을 모두 경험하고 나면 디낭을 입체적으로 이해한 느낌이 듭니다. 시타델과 유람선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도 있으니, 일정을 짤 때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요약: 408개 계단과 시타델 요새 내부는 단순한 전망 코스가 아니라 디낭의 군사·전쟁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는 공간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낭 시타델 요새 올라가는 계단이 진짜 408개인가요? 체력이 많이 필요한가요?

    A. 네, 1577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408개의 돌계단이 맞습니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고,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오르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케이블카도 운영되고 있으니 체력이 걱정된다면 방문 전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브뤼셀에서 디낭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나요?

    A. 가능하지만 여유 있게 잡는 게 낫습니다. 브뤼셀에서 기차로 환승 포함 약 1시간 30분~2시간이 소요됩니다. 시타델 요새 관람에만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이 필요하고, 강변 산책과 식사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가 빠듯합니다. 유람선까지 타고 싶다면 오전 일찍 출발하는 편을 권합니다.

     

    Q. 색소폰이 벨기에 디낭에서 발명됐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아돌프 삭스(Adolphe Sax)는 1814년 디낭에서 태어났고, 1840년대에 색소폰을 개발해 1846년 프랑스에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특허를 프랑스에서 받았기 때문에 프랑스 악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발명가의 고향은 명확히 벨기에 디낭입니다. 도시 곳곳의 색소폰 조형물과 메종 드 무슈 삭스 기념관에서 이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디낭에서 꼭 먹어봐야 할 현지 음식이 있나요?

    A.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 번째는 플라미슈(Flamiche)로, 왈로니아 지역 치즈를 넣어 만든 전통 파이입니다. 뫼즈강이 보이는 강변 식당에서 먹으면 분위기와 맛이 배가됩니다. 두 번째는 쿠크 드 디낭(Couque de Dinant)으로, 꿀과 밀가루로 만든 매우 단단한 전통 비스킷입니다.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지만 꽤 딱딱하므로 조심해서 드시기 바랍니다.

     

    결론

    디낭은 규모가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작은 도시일수록 한 층 더 파고들었을 때 얻는 게 많습니다. 색소폰 조형물 하나에 발명 역사가 숨어 있고, 408개 계단 끝에는 전쟁의 기억을 딛고 선 요새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있는 이야기를 알고 보면 사진 한 장도 다른 무게로 남습니다.

    벨기에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브뤼셀과 브뤼헤에 하루씩을 쓰는 것처럼, 디낭에도 하루를 과감하게 투자해 보시길 권합니다. 관광지의 유명세가 여행의 깊이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저는 이 도시에서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ZM9Q1J0n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