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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고 하면 줄리엣의 집 발코니만 떠올리게 되는데, 막상 베로나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은 발코니가 아니라 그 앞 골목이었습니다. 반나절 일정으로 들어갔다가 '왜 1박을 안 잡았을까' 후회한 도시,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베로나 아레나, 2천 년짜리 공연장에 줄을 서다
콜로세움보다 더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베로나 아레나(Arena di Verona)는 서기 30년경에 완공된 원형 경기장으로,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약 40년 앞서 지어졌습니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이기도 합니다. 이 수치를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피아자 브라(Piazza Bra) 광장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온전했습니다.
여름 한낮에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입장을 기다렸는데, 성인 입장료는 12유로(약 18,000원)입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가파른 돌계단이 펼쳐지는데,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는 편이라 위쪽 구간에서는 발이 잠깐 멈춰졌습니다. 그러다 한 켠에 그날 공연 무대가 설치된 것을 보는 순간, 2천 년 된 돌바닥 위에서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났습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발(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은 1913년에 시작된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입니다. 쉽게 말해 2천 년 된 유적지가 지금도 실제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오페라를 관람했던 동행이 "돌 의자에 앉아 있다가 엉덩이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고 했을 때 웃었는데, 그 돌계단에 앉아보고 나서는 완전히 이해가 됐습니다. 공연 일정에 따라 아레나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출처: Arena di Verona 공식 사이트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이상 머무를 계획이라면 VeronaCard도 계산해볼 만합니다. VeronaCard란 베로나 시내 주요 박물관과 유적지 입장, 시내버스 이용을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패스를 말합니다. 현재 24시간권 €27, 48시간권 €32로 운영 중이며, 아레나와 줄리엣의 집 등 여러 곳을 돌 계획이라면 개별 입장권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반나절 일정이라 따로 구매하지 않았지만, 다음에 1박을 잡고 다시 온다면 무조건 챙길 생각입니다.
- 완공 시기: 서기 30년경, 콜로세움보다 약 40년 앞서 건설
- 규모: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원형 경기장
- 입장료: 성인 12유로 / 공연 일정에 따라 운영 시간 변동
- VeronaCard: 24시간권 €27, 48시간권 €32 (주요 유적·박물관+시내버스 포함)
줄리엣의 집, 기대보다 골목이 더 예뻤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을 베로나로 설정한 덕분에 이 도시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사랑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은 그 상징의 중심에 있는 곳인데, 제가 직접 가봤더니 솔직히 장소 자체보다 그 주변 분위기가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건물은 베로나 시 당국이 이야기 속 분위기와 어울리는 집을 찾아 '줄리엣의 집'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역사적 실존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보낸 연애편지가 수천 통씩 쌓이는 순례지가 됐습니다. 낙서 금지 구역임에도 사랑의 맹세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자물쇠 대신 메모지와 스티커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런 소문과 전설을 만들어내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한 가지 꼭 알아두셔야 할 변경 사항이 있습니다. 2026년 4월 1일부터 줄리엣의 집 입구가 기존 비아 카펠로(Via Cappello)가 아닌 피아체타 나보나(Piazzetta Navona)의 테아트로 누오보(Teatro Nuovo)로 바뀌었습니다. 테아트로 누오보란 줄리엣의 집 인근에 위치한 극장 건물로, 새 동선에 따라 이곳을 통해 안뜰과 발코니로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온라인 사전예약이 필수이며, VeronaCard 소지자도 방문 시간 예약은 별도로 해야 합니다. 현재 입장료는 전체 관람권 €12, 극장과 안뜰만 볼 경우 €5입니다. 변경된 예약 방법은 출처: 베로나 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줄리엣의 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보다 골목 자체를 천천히 걷는 쪽이 베로나를 더 잘 느끼는 방법이었습니다. 줄리엣의 집에서 몇 분만 걸어나오면 에르베 광장(Piazza Erbe)과 시뇨리 광장(Piazza dei Signori)이 나오는데, 관광객 밀도가 확 줄어들면서 베로나다운 일상이 펼쳐집니다. 단테 동상이 서 있는 시뇨리 광장, 로마 시대부터 도시의 중심이었던 에르베 광장의 마돈나 베로나 분수(Fontana di Madonna Verona)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제 기억에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베로나 골목 식사, 봉골레와 트러플 파스타 사이에서
베로나에서 먹은 점심이 여행 전체 식사 중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원래 찾아두었던 파스타집에 첫 번째 시도에서 자리를 못 잡았는데, 걸어서 이동하는 사이에 들어간 곳이 1877년부터 6대째 이어져 온 오래된 식당이었습니다. 직원분이 직접 연혁을 설명해줬을 때 솔직히 그 순간이 더 맛있게 느껴진 게 있었습니다.
봉골레 파스타(Spaghetti alle Vongole)를 주문했습니다. 봉골레 파스타란 조개를 올리브 오일, 마늘, 화이트와인에 볶아 스파게티와 함께 내는 이탈리아 해산물 파스타를 말합니다. 북이탈리아에서 먹는 봉골레는 바다 냄새보다 올리브 오일의 향이 깔끔하게 앞서는 편인데, 이 집은 정확히 그 스타일이었습니다. 동행은 트러플 파스타(Pasta al Tartufo)를 선택했는데, 트러플 특유의 흙 향이 테이블에 퍼지는 순간부터 이미 식욕이 올라왔습니다.
애피타이저로 참치, 홍합,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이건 전혀 예상 못 한 조합이었습니다. 처음엔 갸우뚱했다가 한 입 먹고 나서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맥주 한 잔을 곁들였더니 이 순간이 여행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 콜라, 맥주 각각 하나씩에 애피타이저 둘, 파스타 둘 해서 총 80유로, 한화 약 12만 원이 나왔습니다.
식사 후에는 에르베 광장을 지나 소르베(Sorbetto)를 샀습니다. 소르베란 유제품 없이 과일 퓨레와 설탕, 물만으로 만드는 셔벗 계열의 이탈리아 냉과를 말합니다. 일반 젤라또보다 가볍고 과일 맛이 선명해서 한낮에 지쳤을 때 딱 맞습니다. 2스쿱에 3.50유로였는데, 더 못 먹은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관광지 바로 앞보다 골목으로 한두 블록 들어간 곳에서 먹는 편이 가격도 분위기도 낫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로나 여행은 반나절이면 충분한가요?
A. 아레나, 줄리엣의 집, 에르베 광장, 시뇨리 광장, 스칼리게리 무덤까지 주요 명소가 도보 이동 거리 안에 모여 있어 빠듯하게는 반나절에 돌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반나절로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저녁에 조명이 켜진 아레나와 광장 풍경은 낮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최소 1박을 잡는 것을 권합니다.
Q. 줄리엣의 집 입장 방법이 바뀌었다던데, 어떻게 가야 하나요?
A. 2026년 4월 1일부터 입구가 기존 비아 카펠로에서 피아체타 나보나의 테아트로 누오보로 변경되었습니다. 온라인 사전예약이 필수이며, VeronaCard 소지자도 방문 시간을 별도로 예약해야 합니다. 예약 없이 방문하면 입장이 어려울 수 있으니 베로나 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Q. VeronaCard를 사는 게 이득인가요?
A. 하루 이상 머무르면서 아레나(12유로), 줄리엣의 집(12유로) 등 여러 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24시간권 €27, 48시간권 €32짜리 VeronaCard가 개별 입장권보다 유리합니다. 반나절 일정이거나 한두 곳만 볼 예정이라면 개별 구매가 낫습니다. 저는 반나절이었기 때문에 따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Q.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를 보려면 어떻게 예약하나요?
A.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발은 매년 여름(보통 6~9월) 개최되며, 공연 일정과 티켓은 Arena di Verona 공식 사이트(arena.it)에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 공연이 있는 날은 아레나 내부 관람 시간이 달라지므로, 단순 유적 관람을 원한다면 공연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외 공연인 만큼 좌석은 돌계단이고 쿠션 대여도 가능합니다.
결론
베로나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 잠깐 들르는 경유지로 취급받기 쉬운 도시인데, 제 경험상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입니다. 아레나의 스케일, 골목의 분위기, 식당의 역사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대도시의 복잡함 대신 소도시 특유의 호흡으로 걷고 먹고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면, 베로나는 기대치를 크게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르미오네나 가르다호수와 묶어서 2~3일 일정으로 짜는 것도 상당히 좋은 조합입니다. 다음에는 저도 반드시 1박을 잡고, 조명 켜진 아레나 앞 광장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실 생각입니다. 그때는 오페라 티켓도 함께 챙겨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