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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반. 국경을 두 번 넘으면 모스타르가 나옵니다. 처음 왔을 때 저는 솔직히 스타리 모스트만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네레트바강 옆을 걷다 보니 그게 얼마나 아까운 계획인지 금방 알게 됐습니다. 총탄 자국이 남은 건물 옆에 청록빛 강이 흐르는 도시, 모스타르입니다.
스타리 모스트, 다리 위보다 다리 아래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는 '오래된 다리'라는 뜻입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 시기에 건설됐고, 1993년 보스니아 내전 중에 파괴됐다가 2004년에 복원 개통됐습니다. 현재는 주변 구시가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다리 자체는 분명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걸어봤을 때, 다리 위에서의 뷰보다 강변으로 내려가서 올려다봤을 때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록빛 네레트바강과 아치형 다리, 그 뒤로 산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이 사진을 찍으러 일부러 강 아래로 내려가는 경로를 찾는 분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다리로 이어지는 쿠윤질루크(Kujundžiluk) 바자르도 놓치기 아까운 구간입니다. 쿠윤질루크란 오스만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상인 거리로, 기념품점과 카페, 보스니아 음식점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집니다. 다만 돌바닥이 상당히 반들거리고 경사가 있어서 밑창이 미끄러운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비 온 다음 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스타리 모스트 다이빙도 볼 수 있습니다. 약 21m 높이의 다리 위에서 네레트바강으로 뛰어내리는 이 전통은 현재 국제적인 다이빙 행사로 발전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 다이빙 시즌에 방문해서 실제 점프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강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수온도 낮아서 여행자가 즉흥적으로 따라 할 만한 체험은 아닙니다.
네레트바강, 바닥이 보이는 청록색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모스타르를 가로지르는 네레트바강(Neretva River)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과장된 색 보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서보니 강물이 청록색이고 바닥까지 훤하게 보였습니다. 유럽에서 이 정도로 맑은 강을 만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네레트바강은 헤르체고비나 지역의 석회암 지형을 흐르면서 이런 특유의 색을 띠게 됩니다. 여기서 석회암 지형이란 암석이 물에 녹아 지형이 형성되는 카르스트(Karst) 지형을 말하는데, 이 지역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와 결합해 강물의 투명도와 색이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발칸 반도 내륙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자연 풍경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 주변으로는 메파스(Mepas) 쇼핑몰 같은 현대 건물도 있고, 걷다 보면 오스만 시대 건축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 건물들이 섞여 등장합니다. 강을 기준으로 도시가 완전히 나뉘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시대별로 다른 건축 양식이 층층이 쌓인 도시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받았습니다.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오른편에는 십자가가 서 있는 언덕이, 왼편에는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minaret)가 보입니다. 미나레트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옆에 세워진 첨탑으로, 하루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입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언덕 위 십자가와 함께 이 도시의 복잡한 역사가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보스니아 현금, 환전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공식 화폐는 태환마르크(Convertible Mark, KM/BAM)입니다. 태환마르크란 유로화에 고정 연동된 화폐로, 공식 환율은 1유로 = 1.95583KM입니다(출처: 보스니아 중앙은행(CBBH)). 쉽게 말해 1유로가 약 2마르크라고 기억하면 계산이 편합니다.
"1마르크가 1유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반대라는 걸 현장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반드시 1유로 ≈ 2마르크로 계산하셔야 합니다. 환전소마다 수수료 구조가 다르고 금액에 따라 적용 환율도 달라지기 때문에, 창구에 붙어 있는 요율표를 직접 보고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로를 마르크로 바꿀 때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카드 사용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실제로 다녀보니 작은 식당이나 바자르 상점, 길거리 음식 가게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2일 여행이라면 큰 금액보다 필요한 만큼만 환전하는 쪽이 합리적입니다.
ATM을 사용할 때는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에 주의해야 합니다. DCC란 ATM이 현지 통화 대신 본국 통화(원화 등)로 즉시 환산해서 출금하는 방식으로, 은행 환율보다 불리한 사설 환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TM 화면에서 원화 또는 유로 결제 옵션이 뜨면 현지 통화인 KM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두브로브니크 → 모스타르 이동 시 챙겨야 할 것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로 이동하면 크로아티아 출국과 보스니아 입국, 두 번의 국경 검문소를 통과합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솅겐 협약(Schengen Agreement) 비가입국입니다. 솅겐 협약이란 유럽 내 국가 간 여권 검사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협약인데, 보스니아는 여기 포함되지 않아 실제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버스 기사가 승객 여권을 한꺼번에 걷어 검사하는 경우도 있으니, 여권은 반드시 손이 닿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화폐: 태환마르크(KM), 1유로 ≈ 2마르크
- 현금 필수: 작은 식당·바자르·길거리 음식 대부분 현금만 수납
- ATM: DCC 옵션 뜨면 반드시 KM(현지 통화) 선택
- 국경: 솅겐 비가입국, 여권 손이 닿는 곳에 보관 필수
- 짐: 버스 수화물 칸 이용 시 1유로 요금 발생 가능
자주 묻는 질문
Q. 두브로브니크에서 모스타르 당일치기 가능한가요?
A. 이동 시간이 편도 약 3시간 30분이라 당일치기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낮 시간대에 단체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편이라, 저는 1박 이상을 권하는 쪽입니다. 아침 일찍이나 저녁 이후의 구시가지는 낮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Q. 모스타르에서 유로 현금으로 결제해도 되나요?
A. 관광지 주변 일부 식당과 숙소에서는 유로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자르 소상점이나 작은 식당에서는 태환마르크(KM)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환전해두는 것이 안전하고, 1유로 ≈ 2마르크로 계산하면 편합니다.
Q. 스타리 모스트 다이빙은 직접 참여할 수 있나요?
A. 다이빙 클럽 회원이 아닌 일반 여행자가 즉흥적으로 뛰어내리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높이가 21m 수준이고 강물 수온도 낮아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구경하는 것은 여름 시즌에 충분히 가능하고, 저도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Q. 모스타르 숙소는 어디에 잡는 게 좋나요?
A. 버스터미널과 구시가지 사이에 잡으면 이동이 가장 편합니다. 제가 묵었던 곳도 버스터미널 바로 옆이었는데,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 편했고 스타리 모스트까지도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었습니다. 3년 차 이하 신축 아파트먼트형 숙소가 가성비 면에서 좋은 편입니다.
결론
모스타르는 처음에 스타리 모스트 하나를 보러 간다고 해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도시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청록빛 네레트바강과 총탄 자국이 남은 건물이 같은 골목에 공존하는 풍경, 그게 제게는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여행 준비를 한다면 보스니아 현금(태환마르크, KM)을 미리 준비하고, 국경 통과를 위해 여권을 손 가까이 두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루 더 머무르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스타리 모스트는 낮과 밤이 다르고, 모스타르는 관광지와 생활 도시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직접 느껴보는 것이 이 도시를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