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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도시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유럽 여행이 길어지면서 성당이나 광장이 점점 비슷하게 느껴지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마테라에 발을 딛는 순간, 그 피로가 한순간에 걷혔습니다.
사시 지구: 미로처럼 걷는 것이 곧 여행입니다
마테라 여행의 핵심은 사시 디 마테라(Sassi di Matera)입니다. 여기서 '사시(Sassi)'란 이탈리아어로 '돌'을 뜻하는 단어인데, 석회암 지형을 파낸 동굴 주거지와 그 위에 돌집을 덧붙이며 형성된 독특한 주거 공간 전체를 가리킵니다. 구역은 크게 사소 카베오소(Sasso Caveoso)와 사소 바리사노(Sasso Barisano)로 나뉩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지도상 거리가 실제 이동 시간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골목이 입체적으로 얽혀 있어서 평면 지도로는 파악이 안 되는 구조이고, 길을 잃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여정의 일부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트인 전망이나 이름 없는 작은 광장을 발견하는 순간이 이 도시의 진짜 매력입니다.
산타 마리아 디 이드리스(Santa Maria di Idris) 암굴성당과 산 피에트로 카베오소(San Pietro Caveoso) 성당 주변을 걸어보면 마테라의 인상이 가장 선명하게 남습니다. 특히 이곳은 바위를 파서 만든 공간과 건물이 뒤섞여 있어서, "성당처럼 보이는 게 동굴이고, 동굴처럼 보이는 게 성당"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유럽 여행에서 수십 개의 성당을 봐온 저조차 여기서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건 분명히 좋은 의미에서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지역을 지형과 생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지중해 지역 대표적인 동굴 정착지로 평가하고 있으며, 암굴교회 공원 일대는 문화유산 보호 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동굴 숙소: '너무 동굴 같다'는 후기가 오히려 믿음직합니다
마테라 여행에서 제가 가장 강하게 권하고 싶은 것이 사시 지역에서의 1박입니다. 실제 동굴 구조를 살려서 만든 숙소들이 많고, 아치형 천장과 석회암 돌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다른 이탈리아 도시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그런데 예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동굴 숙소(Cave Hotel)는 말 그대로 오래된 암굴 구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일반 체인 호텔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설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도 체크인 전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객실에 따라 TV·에어컨·냉장고가 없을 수 있다고 미리 공지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그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확인해야 할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에어컨(AC) 유무 — 이탈리아 남부는 여름에 매우 덥습니다. 동굴 특성상 낮에는 서늘하지만 밤에는 예상외로 더울 수 있습니다.
- 냉장고·냉방 시설 여부 — 체류 기간이 길수록 없을 때 불편함이 누적됩니다.
- 캐리어 운반 가능 여부 — 사시 골목은 돌계단과 경사가 많아 대형 캐리어를 끌기 어려운 구간이 있습니다. 숙소 픽업 서비스 제공 여부를 미리 확인하세요.
- 창문·채광 — 깊은 암굴형 객실은 채광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테라는 밤이 완전히 다른 도시로 변합니다. 낮에는 베이지색 돌집의 거대한 석조 도시처럼 보이지만, 해가 지면 골목 곳곳의 조명이 하나씩 켜지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제가 발코니에서 그 야경을 처음 봤을 때, 굳이 이 도시에 1박을 결정한 이유가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아침 일찍 관광객이 몰리기 전의 조용한 골목을 한 번 더 걷는 경험까지 더하면, 마테라는 당일치기로는 절반도 보지 못한 도시입니다.
교통 팁: 이동 난이도가 높은 도시, 미리 알면 다릅니다
마테라는 이탈리아 고속철도(Alta Velocità) 노선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알타 벨로치타(Alta Velocità)'란 로마·밀라노·피렌체·나폴리를 잇는 이탈리아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가리키는데, 마테라는 이 주요 노선에서 비껴난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접근 방식이 다른 이탈리아 대도시와는 다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나폴리에서 마테라로 이동할 때 버스를 한 번 환승해야 했고 총 이동 시간이 4시간을 넘었습니다. 첫 버스를 예정보다 35분 늦게 출발했는데도 환승 버스가 기다려줬던 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게 항상 그런 건 아닐 테니, 환승이 포함된 일정에서는 가능한 한 여유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맞습니다.
바리(Bari)를 거점으로 삼는 방식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바리에서 마테라까지는 버스로 연결이 되고, 바리에서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나 알베로벨로(Alberobello)도 기차로 이동할 수 있어서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를 묶어서 여행하기 좋은 거점입니다.
다만 이탈리아 공휴일에는 소도시 간 버스 운행이 대폭 줄거나 아예 끊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4월 25일 이탈리아 해방기념일에 폴리냐노에서 알베로벨로로 넘어가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택시 앱을 다 켜봐도 이 지역에서는 지원 자체가 안 됐고, 결국 그날은 알베로벨로를 포기하고 폴리냐노에서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억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게 나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여행 피로가 쌓인 사람에게 마테라를 권하는 이유
장기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감흥이 무뎌지는 시기가 옵니다. 저는 이탈리아 중부와 북부를 거치면서 그 시기를 정확히 경험했습니다. "또 성당이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게 여행 피로(Travel Fatigue)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여기서 '트래블 파티그(Travel Fatigue)'란 지속적인 이동과 반복적인 관광 자극으로 인해 새로운 것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유명 여행지를 여러 곳 연속으로 다닐 때 자주 나타납니다.
마테라가 그 피로를 걷어낸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도시는 "유명한 것을 보러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볼거리"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목적형 관광, 즉 특정 미술관이나 성당 하나를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골목을 걷고 발견하는 과정이 여행이 됩니다. 이 차이가 피로한 여행자에게는 상당히 다르게 작용합니다.
제가 이 도시에서 느낀 건 인프라 면에서의 불편함이 오히려 선택의 순도를 높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마테라는 접근이 불편하고, 숙소도 일반 호텔과 다르며, 골목은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이 도시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있어서 온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사시 지구를 걷다 보면 관광지 특유의 분주함보다 조용하고 집중된 여행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영화 007 시리즈인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2021)'의 추격 장면이 마테라 골목에서 촬영됐을 만큼, 이 도시의 시각적 인상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Italia.it 이탈리아 공식 관광청). 그런데 실제로 그 골목에 서 있을 때는 영화 촬영지라는 사실보다,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감각이 더 강하게 옵니다. 그 감각이 마테라가 여행 피로를 해소해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테라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나요?
A. 바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은 이동 시간 면에서 가능하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1박을 해보니, 야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은 마테라의 절반을 놓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과 밤의 분위기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정이 허락한다면 사시 지구에서의 1박을 강하게 권합니다.
Q. 동굴 호텔 예약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게 뭔가요?
A. 에어컨(AC) 유무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굴 특성상 낮에는 서늘하지만 야간에는 예상보다 더울 수 있고, 역사적 구조물을 보존하는 숙소는 냉방시설이 제한적인 곳이 많습니다. 추가로 숙소까지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경로인지, 픽업 서비스가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면 체크인 당일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Q. 나폴리에서 마테라로 이동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요?
A. 마리노 버스(Marino Bus)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나폴리에서 마테라까지는 바리 방향으로 우회하는 구간이 있어 이동 시간이 4시간 내외로 길고, 중간 환승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환승 시간이 촉박한 편이었기 때문에, 당일 다른 도시까지 연속으로 계획하기보다 마테라 도착 당일 일정은 여유 있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Q. 마테라 사시 지구에서 신발은 어떤 걸 신어야 하나요?
A. 굽이 있는 신발이나 슬리퍼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사시 지구는 석회암 돌길과 경사진 계단이 반복되는 구조라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적합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평지보다 체력 소모가 상당히 컸고, 여름 한낮에는 그늘이 없는 구간도 있어서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집중적으로 걷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결론
마테라는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1박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으로 끝나는 도시입니다. 접근이 쉽지 않고, 숙소도 편리한 곳과는 거리가 있으며, 골목은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볼거리인 곳은 이탈리아 안에서도 마테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바리를 거점으로 잡고 마테라에 1박을 넣는 방식을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로마·피렌체·베네치아를 이미 다녀온 분, 또는 장기 유럽 여행 중에 감흥이 조금씩 무뎌졌다고 느끼는 분에게 마테라는 확실하게 다른 인상을 남겨줄 도시입니다. 이동이 번거롭더라도, 그 불편함은 마테라 야경 앞에서 금세 잊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