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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이라 여행기 (푼샬, 에스페타다, 레바다)

manymymoney 2026. 10. 5. 12:26

목차


    유로 환율이 오를 대로 오른 시즌에, 저는 굳이 포르투갈령 화산섬 마데이라를 선택했습니다. 비싼 호텔 대신 2박 35만 원짜리 숙소, 미슐랭 식당 대신 동네 스낵바. 그렇게 다녀온 마데이라는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보여줬습니다.



    푼샬에서 이틀, 마데이라 맛보기

    숙소는 푼샬(Funchal) 시내에서 잡았습니다. 트립닷컴에서 2박에 35만 원, 시티 텍스 4유로 추가. 퀸타 페나 데 프란차라는 이름이 입에 잘 안 붙는 호텔이었는데, 체크인하는 데 30분이 걸렸습니다. 리셉션 직원 아주머니가 저에게 계속 뭔가를 물어봐서 알고 보니 따님이 팬이라는 거였습니다. 뭐, 그게 마데이라 첫인상이었습니다.

    푼샬은 마데이라의 중심 도시입니다. 레스토랑, 슈퍼마켓, 해안 산책로, 재래시장이 여기 다 몰려 있어서 렌터카 없이도 웬만한 건 걸어서 해결됩니다. 제가 직접 이틀을 걸어다녀봤는데, 야경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안에서 산비탈을 올려다보면 집들이 언덕을 따라 빼곡하게 올라가 있는데, 제주시 느낌이 나면서도 훨씬 가파른 그런 풍경입니다.

    다만 제가 이틀을 써보니 분명히 느낀 게 있습니다. 푼샬은 마데이라의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 섬 북쪽의 포르투 모니즈(Porto Moniz)나 해발 1,818m 피쿠 두 아리에이루(Pico do Areeiro) 같은 곳은 아예 발도 못 디뎠습니다. 렌터카가 없으면 이동 자체가 쉽지 않고, 2박으로는 솔직히 맛만 봤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우버나 볼트가 잘 돼 있다는 건 확인했고, 공항 가는 길에 택시 앞자리를 잡은 덕분에 창밖 풍경을 실컷 봤는데 그 절벽 해안도로가 정말 미쳤습니다. 다음에 온다면 무조건 렌트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요약: 푼샬은 렌터카 없이도 다닐 수 있지만, 마데이라 전체를 보려면 차량과 최소 4박이 필요합니다.

     

    에스페타다 12유로, 험블 맛집의 진짜 맛

    첫날 저녁은 폰샤(Poncha) 한 잔부터 시작했습니다. 폰샤란 사탕수수 증류주에 꿀과 감귤류를 섞어 만드는 마데이라 전통 술입니다. 달콤해서 가볍게 넘어가는데 알코올이 장난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한 잔 마셔봤는데, 그 뒤로 30분은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말 그대로 취한 상태로 시장 구경을 나갔다가 문이 다 닫혀 있는 걸 확인하고 밥집으로 직행했습니다.

    찾아간 곳은 벨라 스낵바(Bela Snack Bar) 느낌의 동네 식당이었고, 그다음 날 제대로 먹은 건 프로사볼(Frosavol)이라는 로컬 스낵바였습니다. 여기서 에스페타다(Espetada)를 먹었는데, 에스페타다란 큼직하게 썬 쇠고기를 월계수 나뭇가지 꼬치에 꿰어 굽는 마데이라 전통 요리입니다. 테이블 위에 긴 꼬치가 세워지고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채로 나오는 비주얼이 상당했습니다.

    같이 나온 볼루 두 카쿠(Bolo do Caco)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볼루 두 카쿠란 마데이라 전통 납작빵으로, 마늘버터를 발라 함께 내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마늘빵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습니다. 콜라, 에스프레소까지 시켰는데 전부 합쳐서 12유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 맛이면 미슐랭이고 뭐고 저는 이런 집이 좋습니다.

    시장 과일 코너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글 리뷰를 보면 트래블러 트랩(traveller trap), 즉 관광객을 노린 바가지 사례가 꽤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과일 몇 개 집었다가 100유로 나왔다는 후기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1층보다 2층이 그나마 낫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제 경험상 이런 시장에선 결제 전에 총 금액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제일 중요합니다.

    • 에스페타다: 월계수 꼬치에 구운 마데이라 전통 쇠고기 요리, 로컬 스낵바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음
    • 볼루 두 카쿠: 마늘버터를 곁들인 납작한 전통 빵, 거의 모든 식사에 함께 나옴
    • 폰샤: 달콤하지만 도수가 높으니 첫 잔은 천천히
    • 시장 1층 과일 가게: 결제 전 총 금액 반드시 확인
    요약: 마데이라 음식의 핵심은 에스페타다와 폰샤이며, 로컬 스낵바를 찾으면 10유로 초반으로도 충분히 배부릅니다.

     

    대서양 바다와 레바다, 마데이라만의 자연

    호텔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수영장을 그냥 지나쳐서 계단을 내려가면 검은 현무암 해안이 나오고, 거기서 대서양이 시작됩니다. 왼쪽으로 가면 아프리카 방향, 오른쪽으로 가면 남미 방향이라고 지도를 보며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 스케일이 느껴지니 물속에 발을 담그는데도 괜히 긴장이 됐습니다.

    바다 수영을 시도하긴 했는데 파도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화산섬 특성상 모래해변이 아니라 현무암 바위 해안이 대부분이고, 대서양 파도가 직접 밀려오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보니 수영장 수영과는 완전히 다른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수영장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데, 바다는 그게 없습니다.

    안전하게 수영을 즐기고 싶다면 섬 북서쪽의 포르투 모니즈(Porto Moniz) 천연 수영장을 추천합니다. 포르투 모니즈란 화산암 사이로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형성된 천연 해수 풀장을 말합니다. 검은 화산암과 대서양이 함께 보이는 풍경이 마데이라 특유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마데이라 공식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해수 온도는 겨울 약 18℃, 여름 최대 24℃ 수준이라고 합니다(출처: Visit Madeira). 수온이 괜찮아도 파도와 조류는 별개이기 때문에 관리되는 수영 시설을 이용하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마데이라에선 레바다(Levada) 산책만큼은 한 번 경험해볼 만합니다. 레바다란 산악지역의 물을 마을과 농경지로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진 수로 시스템을 말합니다. 현재는 이 수로를 따라 걷는 트레일 코스로 정비되어 있어, 폭포와 숲, 절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등산과는 결이 다릅니다. 다만 비가 온 뒤에는 돌길이 미끄럽고, 일부 코스는 좁은 터널을 통과하기 때문에 헤드램프가 있으면 훨씬 편리합니다. 비거주자 대상 트레일 이용료가 현재 기준 약 €4.50 적용되는 코스도 있으니 출발 전에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요약: 마데이라 바다 수영은 파도가 강하니 포르투 모니즈 천연 수영장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고, 레바다 산책은 트레킹을 싫어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데이라 여행 며칠이 적당한가요?

    A. 제 경험상 2박 3일은 푼샬 중심으로 맛만 보는 일정입니다. 포르투 모니즈, 피쿠 두 아리에이루, 레바다 트레일까지 보려면 최소 4박은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렌터카가 있다면 5일도 빠듯할 수 있습니다.

     

    Q. 마데이라 공항 착륙이 정말 무섭나요?

    A. 지형과 강풍 때문에 착륙 난도가 높은 공항으로 유명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훈련된 조종사와 운항 기준 아래 매일 운영되는 정상 공항입니다. 제가 내릴 때는 박수 소리도 없었고 그냥 평범하게 착지했습니다.

     

    Q. 마데이라 시내 이동은 어떻게 하나요?

    A. 푼샬 시내는 걸어서 웬만한 건 해결됩니다. 시내 밖은 우버와 볼트가 잘 돼 있어서 제가 공항 스포팅 포인트까지 우버로 19유로에 다녀왔습니다. 섬 전체를 다니려면 렌터카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Q. 폰샤는 어디서 마실 수 있나요?

    A. 푼샬 시내 바(bar)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곳은 나무 막대기로 직접 저어서 내오는데, 달콤하다고 얕보면 안 됩니다. 제가 한 잔 마셨다가 꽤 오래 취해 있었습니다.

     

    Q. 마데이라 시장에서 과일 살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1층 과일 가게에서 바가지 피해 사례가 꽤 보고되고 있습니다. 시식 후 여러 과일을 권하는 경우 총 금액이 생각보다 크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결제 전에 반드시 총 금액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결론

    마데이라는 비싼 리조트를 예약하지 않아도,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섬입니다. 동네 스낵바에서 에스페타다를 먹고, 언덕 위에서 비행기 착륙을 구경하고, 대서양을 눈앞에 두고 걷는 것만으로도 이틀이 생각보다 풍성하게 채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와서 느낀 건, 이 섬은 일정을 빈틈없이 채우기보다 날씨 보고 그날 움직이는 방식이 훨씬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마데이라를 계획하고 있다면 렌터카와 4박을 기본으로 잡고, 포르투 모니즈와 피쿠 두 아리에이루를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2박 맛보기로 다녀온 분이라면 다음 방문을 위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OtphIambd0&t=20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