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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는 유명 관광지보다 골목에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였습니다. 반나절이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운하를 따라 걷다 만난 중세 건물과 큐버돈 사탕가게, 오래된 머스타드숍 같은 작은 장면들이 자꾸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화려한 랜드마크를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지만, 천천히 걷고 도시의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오히려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겐트를 짧게 둘러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당일치기로 겐트 제대로 걷는 법
겐트를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고 기대하고 가면 두 시간쯤 지나서 실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골목을 돌 때마다 예쁜 건물이 계속 나오길래 흥분했는데, 어느 순간 "근데 딱히 들어가서 뭔가를 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게 겐트의 특성입니다. 이 도시의 핵심은 관람이 아니라 보행(步行), 즉 걷는 것 자체에 있습니다.
동선을 잡는다면 성 니콜라스 성당(St. Nicholas' Church) → 코렌마르크트(Korenmarkt) → 그라슬레이·코렌레이(Graslei·Korenlei) → 성 미카엘 다리(Sint-Michielsbrug) → 그라벤스틴 성(Gravensteen) 순서를 추천합니다. 여기서 그라슬레이·코렌레이란 리스강(Lys)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개의 중세 강변 거리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겐트의 '강변 명당'으로, 과거 곡물 거래와 물류의 중심지였던 곳이 지금은 노천카페와 산책로로 바뀐 공간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이 구간이 겐트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자리였습니다.
그라벤스틴 성은 구시가지 한복판에 12세기 플랑드르 백작의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플랑드르(Flanders)란 현재 벨기에 북부 지역을 부르는 역사적 명칭으로, 중세 유럽 최대의 직물 무역 중심지였습니다. 그라벤스틴은 18세기에 법원과 감옥으로 쓰이면서 고문이 이루어진 역사도 있어, 건물 자체가 무거운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유리 현대 건물 사이에 저 성이 그냥 서 있다는 게 걸으면서도 계속 이질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출처: Visit Gent 공식 관광청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운하 보트 투어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금은 성인 기준 10유로 내외, 50분짜리 코스로 운하를 따라 한 바퀴 도는 구성입니다. 걷다 보면 건물 정면만 보게 되는데, 수면에서 바라보면 중세 건축물의 전체 실루엣이 달리 보입니다. 저는 직접 타보진 않았지만 강변에 앉아 배가 지나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더 짚자면, 겐트에 반나절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성 바보 대성당(St. Bavo's Cathedral) 안의 겐트 제단화(Ghent Altarpiece)를 꼭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겐트 제단화란 15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형제가 완성한 대형 다폭화(polyptych)입니다. 쉽게 말해 나무 판 여러 장에 그린 제단 장식 그림으로, 서양 미술사에서 유화(油畵) 기법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성당 자체는 무료 입장이지만 제단화 관람 구역은 별도 유료입니다. 제가 겐트를 다시 간다면 이 작품을 제대로 보는 것을 가장 먼저 일정에 넣겠습니다.
- 성 니콜라스 성당 → 코렌마르크트 → 그라슬레이·코렌레이: 겐트 구시가지의 핵심 보행 동선
- 그라벤스틴 성: 12세기 플랑드르 백작 성곽, 구시가지 한복판에 위치
- 겐트 제단화: 성 바보 대성당 내 유료 관람, 얀 반 에이크 작품
- 운하 보트 투어: 성인 10유로, 50분 코스, 강에서 바라보는 중세 건물 경관
- 반나절이면 주요 명소 소화 가능, 야경까지 보려면 1박 추천
큐버돈과 머스타드, 겐트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
겐트 여행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는 것은 관광지보다 먹거리와 기념품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큐버돈(Cuberdon)은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사탕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먹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큐버돈이란 겐트를 대표하는 전통 사탕으로, 보라색 원뿔 형태에 겉은 쫀득한 젤리 식감, 안에는 라즈베리 시럽이 들어 있는 과자입니다. 생김새가 코를 닮았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겐트의 코(neuzeke)'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초콜릿이나 와플처럼 벨기에 어디서나 파는 것이 아니라, 겐트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특산물이라는 점이 기념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라슬레이 주변을 걷다 보면 큐버돈을 파는 노점상이 여러 군데 눈에 띕니다. 저도 처음 지나칠 때 한 곳에서 살까 망설이다가 주변을 더 둘러본 뒤 결국 가게 안에서 구매했습니다. 노점마다 취급하는 맛 종류와 친절도가 다를 수 있으니, 분위기를 한 번 훑어보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같은 그라슬레이 인근에 있는 노점 두 곳의 구글 리뷰 평점이 상당히 낮다는 이야기가 있어, 저는 조금 더 걸어서 분위기가 괜찮은 가게를 찾았습니다. 약간 달라 보이는 선택지가 있을 때 굳이 첫 번째 노점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게 제 경험상의 결론입니다.
두 번째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Tierenteyn-Verlent 머스타드입니다. 겐트 공식 관광청도 대표 지역 특산품으로 소개하는 곳으로, 그로에텐마르크트(Groentenmarkt)에 매장이 있습니다. 이 가게는 1700년대부터 영업을 이어온 노포(老鋪)입니다. 노포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업종을 유지해 온 점포를 뜻하는 말로,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 이상으로 레시피와 제조 방식이 세대를 거쳐 지속됐다는 신뢰를 포함합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목재 선반과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어, 가게 자체가 볼거리가 됩니다. 출처: Visit Gent 공식 관광청
머스타드를 사면서 직원에게 뭐랑 먹으면 좋냐고 물어봤더니 "아무거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무성의하게 들렸는데, 막상 집에서 여러 음식에 곁들여보니 진짜로 만능 소스에 가깝다는 걸 납득했습니다. 씨가 있는 홀그레인(whole grain) 타입을 추천받았는데, 홀그레인 머스타드란 겨자씨를 통째로 넣어 씹히는 식감과 복합적인 향을 살린 제품입니다. 매끈한 디종 머스타드와 구별되는 거칠고 진한 맛이 특징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스테이크 곁들임 소스로 쓸 때가 특히 잘 맞았습니다.
겐트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초콜릿 가게, 와플 집, 사탕 가게가 골목마다 나옵니다. 관광지 개수에 실망하기 전에 이런 식품 문화를 천천히 즐기는 방향으로 일정을 짜면 겐트의 만족도가 훨씬 올라갑니다. "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도시일수록 먹거리와 골목 구경이 실제 여행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겐트 당일치기 여행, 앤트워프에서 기차로 얼마나 걸리나요?
A. 앤트워프 중앙역에서 겐트 생피터르역(Gent-Sint-Pieters)까지 직행 기차로 약 40~50분 거리입니다. 편도 요금은 성인 기준 약 10유로 후반대로 알려져 있으나 시기와 좌석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티켓은 역 내 셀프 키오스크에서 영어 옵션으로 끊을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Q. 겐트 여행 몇 시간이면 충분한가요?
A. "충분하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립니다. 주요 명소만 빠르게 본다면 반나절(4~5시간)로도 소화가 가능합니다. 다만 보트 투어, 겐트 제단화 관람, 식사와 기념품 쇼핑까지 포함하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야경을 보고 싶다면 1박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Q. 큐버돈 어디서 사는 게 가장 좋나요?
A. 그라슬레이 주변 노점에서 살 수 있는데, 노점마다 취급하는 맛과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일부 노점의 경우 친절도나 서비스 면에서 평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니, 저는 분위기를 먼저 살펴보고 가게 안에서 구매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구시가지 내 상설 가게를 이용하면 조금 더 안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Q. 겐트 제단화 관람 요금과 예약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성 바보 대성당(St. Bavo's Cathedral) 입장은 무료이지만, 겐트 제단화가 있는 방문자센터 내부는 별도 유료입니다. 요금과 운영 시간은 시즌별로 달라질 수 있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수기에는 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온라인 사전 예약이 가능한 경우 미리 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Q. 겐트 숙박이 나을까요, 앤트워프 숙박이 나을까요?
A. 두 가지 의견이 모두 있는데, 저는 앤트워프에 숙소를 두고 겐트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방식이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앤트워프는 숙소 선택지가 더 많고 볼거리도 다양한 편이라 거점으로서의 기능이 좋습니다. 반면 겐트의 아침 풍경이나 야경까지 보고 싶다면 1박도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여행 일정이 짧다면 앤트워프 베이스, 넉넉하다면 겐트 1박을 추천합니다.
결론
겐트는 "무엇을 많이 봤느냐"보다 "얼마나 천천히 걸었느냐"가 여행 만족도를 결정하는 도시입니다. 처음 두 시간은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라슬레이 강변에서 잠깐 앉아 있고, Tierenteyn-Verlent에서 머스타드 병을 하나 골라보고, 골목 어딘가 큐버돈 가게를 찾아 들어가는 순간, 겐트가 왜 플랑드르 지역의 대표 도시로 남아 있는지가 서서히 이해됩니다.
정리하면, 앤트워프에 숙소를 두고 겐트를 반나절에서 하루로 다녀오는 일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겐트 제단화와 그라벤스틴 성을 제대로 보는 데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운하 보트 투어와 먹거리 탐색에 쓰는 구성을 추천합니다.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 겐트는 꽤 잘 맞는 도시입니다.